직무발명과 정당한 보상액?

조회 수 3942 추천 수 0 2010.01.04 23:35:53

2008년 한해 출원된 발명을 보면 모두 17만건이 넘는다. 이 가운데 기업발명이 13만7천건으로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모두 기업에 고용되어 지적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의 창작활동으로 이루어진 것들이다. 법은 발명을 둘러싼 이해관계를 고용관계에 맡겨두면 발명의욕이 떨어질 것을 염려하여 ‘직무발명’제도를 두고 있다.

 

‘직무발명’제도는 헌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헌법 제22조2항은 “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발명’이 아니라 ‘발명가’라고 명시하고 있다. 명확히 밝혀두지 않으면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보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그 장치 마련을 헌법으로 명령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기업발명이 발명자의 머리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발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연구 장소, 급여, 관련된 사람 등 물적 인적 설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말하자면 기업발명은 발명자와 기업의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바로 기업발명의 이런 속성 때문에 “직무발명”제도는 발명가인 종업원(법이 ‘종업원’이라고 부르고 있다)을 보호함과 동시에 사용자의 투자 회수도 고려하여 양자간 이익의 균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요지는 우선 종업원이 한 모든 발명은 그에게 최초의 권리가 있다. 업무로 수행하여 나온 직무발명이라 하더라도 종업원 자신이 특허를 받거나 그 출원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 타인이 특허를 받더라도 무방한 것이다. 그 대신 사용자는 로열티 없이 그 특허발명을 실시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돈과 설비를 투자하여 얻은 발명이 타인에게 넘어간다면 사용자는 독점권을 잃게 되어 투자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법은 사용자에게 예약승계를 허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취업규칙이나 근무규정으로 앞으로 나올 발명에 관한 권리를 자동으로 양도받을 수 있도록 미리 예약할 수 있다. 다만 발명이 양도되면 종업원은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그러나 사용자가 미리 양도를 예약할 수 있는 발명은 오직 직무발명뿐이다. 나머지 발명에 대해서는 자동양도 계약을 할 수 없다. 그런 취업규칙 등은 처음부터 무효다. 그러나 실제로 문제가 되는 것은 보상 제도를 시행하는 회사가 적다는 점과 보상제도를 두고 있더라도 그것이 ‘정당한 보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데 있다.

 

2001년 30인 이상 기업 2천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15.6%만이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을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후 점차 늘어 2006년에는 32.3%로 2배가 넘게 늘었지만 일본의 86.7%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비율이다. 최근 들어 지자체들이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특허청이 열심히 홍보하면서 관심은 다소 나아지고 있다.

 

그러면 실제로 ‘정당한 보상액’은 어느 정도일까. 기업체에서는 출원보상, 출원유보 보상, 등록보상, 실시보상 등으로 나누어 단계적으로 일정액을 지급하고 있지만 그 액수가 몇 십 만원 정도여서 발명자의 입장에서는 정당한 보상이라고 느끼기 어렵다.

 

몇 년 전 도쿄지방법원이 세계 최초의 청색LED 발명으로 연간 10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리게 한 나카무라교수에게 회사는 직무발명보상금으로 200억엔을 지급하라고 판결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고등법원이 6억엔으로 깎는 화해안을 제시하자, 그는 “기술의 가치를 프로야구선수의 연봉정도로 생각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기술자들이여 일본을 떠나라.”고 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발명 당시 그가 받은 보상액은 2만엔이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기술유출로 적발된 사건의 62%가 보상불만 등이 동기인 것으로 조사된 적이 있다. 이처럼 보상 불만이 발명의욕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기술유출 심리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직무발명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매우 중요하다.

오늘날 직무발명에 대한 적정한 보상은 상생의 선순환체계가 된다. 보상이 충분하면 발명자의 연구의욕을 높여 보다 우수한 발명이 나오게 하고, 이렇게 나온 우수 발명이 회사의 이익을 늘려주고, 늘어난 회사 이익이 다시 우수한 연구 인력의 확충과 보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기업문화가 서로를 살리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신뢰와 상생의 정신. 이것이야말로 기술력 강화와 산업기술의 유출을 막는 적극적인 해법이 아닐까.<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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