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베스띠벨리·씨를 만들었다. 재계 순위 31위. 한 때 계열사만 해도 20여 개가 넘었다. IMF 외환위기 이후 1억5000만달러의 부채로 전기회사·골프장·전자회사를 팔았다. 직원들도 70% 가까이 줄였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 5년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 중국 진출 등 공격 투자에
힘썼다. 작년엔 창립 처음으로 해외명품 브랜드를 통째로 인수했다.” 패션기업
신원(009270)(1,195원 5 +0.42%)이 걸어온 40년간의 발자취다.
패션데뷔 40년차 박성철 신원 회장
(73·사진)이 본연 특유의 ‘뚝심 경영’으로 제2의 도전을 시작했다. 그가 미래 먹거리로 꺼내 든 카드는 ‘식음료 사업’.
박 회장은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사옥에서 열린 창립 40주년 기념식에서 “‘글로벌 패션 명가’를 뛰어넘어 식음료 사업에 진출해 ‘종합 생활유통 전문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승부수를 띄웠다. 박 회장이 그리는 신원의 큰 청사진인 셈이다.
우선 2016년까지 중국과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식음료 시장에 뛰어든 이후 국내에 역진출한다는 복안이다. 박 회장은 이 같은 시나리오를 예전부터 구상하고 해외 시장 개척에 공을 들여왔다. 이미 현지법인에서 별도 전담팀을 구성해 시장 조사를 하는 등 신사업 진출을 위한 준비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진출 25년, 중국 진출 22년, 베트남 진출 13년 등 현지법인 근로자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데다, 오랜 해외사업 운영 노하우를 갖고 있다”며 “현지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기업이 있는 경우 인수합병(M&A)을 통해 식음료 사업에 진출하거나 직진출 방법도 검토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 배경에는 박 회장의 야심 찬 도전 정신이 깔려있다.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그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그는 1973년 직물 편직기 7대와 직원 13명으로 신원의 전신 신원통상을 세웠다. 이후 과감한 투자로 만든 베스티벨리·씨 등의 여성복이 잇달아 대박을 터트리며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 우량 100대 중소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1997년 연간 총매출 2조원을 올리는 알짜배기 기업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위기도 찾아왔다.
당시 재계 순위 31위였던 신원은 외환위기를 맞아 1억5000만달러가 넘는 외화부채를 안고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패션을 제외한 모든 자산을 처분, 뼈아픈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신원은 빠른 시간 안에 경영을 정상화했다. 박 회장의 뚝심 경영이 빛을 발한 것이다.
신원은 해외 명품 산타마리아 인수를 계기로 세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박 회장은 특히 중국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신원의 전 브랜드를 중국에 선보인다는 각오다.
또 2년내 패션 사업에서 1조원(국내 패션사업 5000억원·중국 패션사업 5000억원), 수출 부문에서 6000억원 등 총 매출 1조6000억원 달성이라는 목표도 세웠다.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인 신원의 변신에 박성철 회장의 뚝심 경영이 이번에도 통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