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로맨스

조회 수 1936 추천 수 0 2008.09.26 15:57:06
.

♧ 김삿갓의 로맨스 ♧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김삿갓이 일생을 죽장망혜(竹杖芒鞋)로 세상을 유람하다가

단천(端川) 고을에서 결혼을 한 일이 있었다.


젊은 청춘 남녀의 신혼 밤은 시간 시간마다

천금이 아닐 수 없지 않는가.

불이 꺼지고 천재 시인과 미인이 함께 어울어 졌으니

어찌 즐거움이야 이루 다 말할 수 있겠는가?


뜨거운 시간에 취해 있었던 김삿갓이

갑자기 찬물을 뒤집어 쓴 사람처럼 부리나게 일어나서

불을 켜더니 실망의 표정을 지으면서

벼루에 먹을 갈고 그 좋은 명필로 일필휘지하니...



모심내활(毛深內闊)

필과타인(必過他人)


(털이 깊고 안이 넓어 허전하니

필시 타인이 지나간 자취로다.)


이렇게 써놓고 여전히 입맛만 다시면서

한숨을 내쉬고 앉아 있었다.

신랑의 그러한 행동에

신부가 의아해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신랑이 일어나는 바람에

원앙금침에 홀로 남아 있던 신부는

첫날 밤 부끄러움에 감았던 눈을 살며시 뜨고


김삿갓이 써 놓은 화선지를 살펴보곤 고운 이마를

살짝 찌푸리듯 하더니 이불에 감싼 몸을 그대로 일으켜 세워

백옥 같은 팔을 뻗어 붓을 잡더니 그대로 내려쓰기 시작했다.



후원황률불봉탁(後園黃栗不蜂坼)

계변양유불우장(溪邊楊柳不雨長)


(뒷동산의 익은 밤송이는 벌이 쏘지 않아도 저절로 벌어지고

시냇가의 수양버들은 비가 오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니라.)



글을 마친 신부는 방긋 웃더니

제 자리로 돌아가 눈을 사르르 감고 누었다.


신부가 써 놓은 글을 본 김삿갓은 잠시 풀렸던 흥이 다시 샘솟으며

신부를 끌어안지 않을 수가 없었으리라.


자기의 처녀성을 의심하는 글월도 글월이거니와

이에 응답하는 글 역시 문학적으로 표현해 놓았으니

유머도 이쯤 되면 단순히 음담패설이라고 하지는 못할 것이로다.


인생의 의미를 알려고 하기보다

그 인생을 즐기기 위해 살아가는 한 남자...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홈페이지에 사진 및 관련 파일 올리는 순서 [2] 총무이사 2015-06-29 2012
185 잠실대교 위에서 file [1] 편집이사 2011-09-07 3268
184 재경목중고동문회 계좌번호 안내 고용기 2008-05-02 3274
183 때묻지않은 어머니품같은산 / 산청 바랑산(796.7m)~소룡산(760.9m) 펑키 2011-05-01 3275
182 산꾼들도 찾지않은 숨은산 / 무주 백운산(1,010m) 펑키 2010-07-11 3281
181 옥순종(고26)동문 한국인삼공사 상무이사 승진 file [1] 행정이사 2011-03-04 3287
180 거리의 천사들 봉사 참여 윤건 2008-06-03 3294
179 우리는 어제부터 금주, 금연, 각방쓰기를 시작했단다 file 윤건 2011-04-26 3296
178 목포8경(옮김) 설영형 2009-01-01 3301
177 김남식(고21)자문위원 딸 결혼 안내 file 행정이사 2011-06-03 3301
176 태국 Bromsgrove 대원국제외국어학교를 소개합니다. 나상용 2009-06-25 3302
175 삶의 길잡이가 되는 명언 - 김동구(고6) 제공 file 행정이사 2010-10-28 3306
174 빛고을 광주 추억의 7080 충장축제 미리 함 가보세요 33카페지기 2011-09-23 3306
173 이영태(고33회) - 제14회 송만갑 판소리 대통령상 수상 file 마이클조 2010-10-12 3307
172 이 삼성 (목중 17회) 장모님 별세. 수암 2010-12-18 3307
171 어떠한 암도 치유되더이다. 두멧골 2011-09-30 3310
170 안마 시술소. MKP 2009-03-30 3316
169 고24회 김용록입니다. 아이폰 4를 소개합니다. 나상용 2010-08-30 3324
168 청포화실(무궁화 분재,20호) 작품(김화태) file 청포 2010-03-07 3326
167 김동구(중12)백제약품 회장 제47회 東巖 약의상 시상 file [1] 행정이사 2010-04-26 3326
166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수태극의 진수 / 홍천 금학산(652m) 펑키 2012-06-10 3327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서소문로27(충정로3가, 충정리시온)202호 | 전화번호: 02-365-0516 | 팩스번호: 02-365-0140
개인정보보호책임자: 총무이사 설정원 | 이메일 주소 무단수집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