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들이 합창하는 이유? 웅장함은 우리의 로망이니까] 2013.11.21 조선일보

경기·경남·부산·서울고 동문 합창단, 첫 합동 발표회 앞두고 막바지 연습

 

올 초 고등학교를 졸업한 스무 살 청년부터 백발 신사까지 130여명이 내뿜는 열기로 실내는 후끈했다. 19일 저녁 서울 서초동 서울고 음악실. "머리머리 밭~머리/동부따는 저 큰 애기…." 굵직한 저음의 남성 합창이 흘러나왔다. 오는 23일 서울 용산아트홀(787석)에서 첫 발표회를 앞둔 경기·경남·부산·서울고 4개교 동문 합창단이 함께 부를 합창을 연습하는 자리다.

"이번 주말엔 총각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패기 있는 총각으로. 저도 좀 오버할 테니, 씩씩하게 걸어나와서 멋지게 해봅시다." 민요 '총각타령' 연습을 이끌던 서울고 지휘자 조태영(59)씨가 분위기를 띄웠다. 마지막 '얏' 하는 구호까지 힘차게 내지르는 중·장년들은 30~40년 전 학창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상기된 얼굴이다.

1.jpg

“웅장한 남성 합창이 매력적이라서” “옛날 학창 시절이 생각나서” 중년 남자들이 합창에 빠지는 이유는 각각이었다. 19일 저녁 서울 서초동 서울고 음악실에 모여 연습하는 경기·경남·부산·서울고 동문 합창단. /주완중 기자

 

바통을 넘겨받은 경남고 재경 동문 합창단 지휘자 배공내씨는 이탈리아 국가처럼 불리는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 중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지도했다. 안양시립합창단 지휘자 출신인 배씨는 "50년간 음악 하면서 서초동 예술의전당에 딱 두 번 섰는데, 여러분은 다음번에 예술의전당 무대에 설지도 모른다"고 바람을 넣었다. "중년 남자들이 왜 할 일 없이 노래하고 있느냐고요? 웅장한 남성 합창에 대한 로망이 있잖습니까. 젊은 시절의 추억을 나눌 수도 있고요."

 

연합 공연을 준비한 부산고 재경 동문 합창단 안희동(55) 단장은 "처음엔 음악을 사랑하는 동호인 모임이었는데 일이 커졌다. 격동의 현대사를 헤쳐오면서 가정과 사회, 국가에 헌신해온 남자들의 낭만과 추억을 노래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공연 주제도 '대한민국 남자들, 합창으로 하나 되다'. 이런 일엔 만사 제치고 깃발을 드는 사람이 필요하다. 안 단장이 그 일을 자청했다. 각 학교 동창회를 통해 합창단을 수소문해 작년 11월 말 서울 잠원동의 따로국밥집에서 4개 고교 단장·지휘자 연석회의를 갖고 이번 공연을 결정했다.

 

2000년과 2002년 각각 창단된 서울고와 경기고 동문 합창단부터 2011년과 2012년 시작한 부산고·경남고 재경 동문 합창단까지 저마다 내력은 다르다. 45명인 경기 OB 남성 합창단은 매년 영산아트홀에서 정기연주회를 갖고 공연 음반도 냈다. 예술의전당, 성남아트센터에 선 서울고 합창단은 미주 공연도 두 차례 다녀왔다.

김태성(49) 서울고 단장은 "먹고사는 일과 무관한 일에 중년 남자들이 매달리는 게 신기하다. 하지만 여기 와서 소리 지르고 나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면서 "지난달 홈커밍데이 때는 유진룡 문화부 장관도 참석해서 '합창반 활동이 문화부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역사는 짧지만 부산고와 경남고 재경 동문 합창단도 병원 위문 공연을 가거나 동창회 송년 모임 단골손님으로 활약하고 있다. 학교나 교회를 빌려 일주일에 한 번 모임을 갖는다.

 

공연 전반부는 각 학교 합창단이 학교별로 2~3곡씩 노래하고, 후반부는 연합 합창단과 동대문구 다문화 합창단에 이어 청중까지 '그리운 금강산'을 함께 부르는 순서로 마무리된다. 합창제는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달 11개 고교 합창단 단장·지휘자 모임을 갖고 내년 공연을 확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합창제 수익금은 다문화가정 후원에 쓰인다.


profile

비오10 리

2013.11.21 14:51:11

당연히 배가 아퍼야지, 우리모두,아니 재경동문회 관계자 모두 대오각성하고 분발해야지!!!

이 좋은 조건과 환경.언제까지 이렇게 방치 할것인가??

우리도 한자리 끼워 한껏 뽐낼수 있었는데~~~. 오호 통제라!!!!


profile

비오10 리

2013.11.25 11:31:19

 11월25일자 조선일보 31면의 기사 "경기,경남, 부산, 서울고 동문, 노래로 하나되다" 는 많은 후회와 통한을 안겨 주었습니다.

 50인조 오케스트라와 세종문화회관 대연주홀에서 3,000여 청중앞에서 기량을 뽐냈던 우리들인데, 우리는 빠지고~~, 정말 마음 아프고 쓰림니다. 모두 분발합시다!!!!! 

이등바우

2013.11.23 08:00:51

오메 아픈거~~ 어째야스까~~!!!!!
이좋은 환경과 인프라를 구축해놓고~~!!!
14명 단원 모두 분발하여 정진하면서 동창들의 참여를 촉구해보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121 여유와 풍성함이 가득한 한가위 되시길 바랍니다. file Rainmaker 2011-09-11 6389
120 베르디 "아이다-개선행진곡" file Rainmaker 2011-09-20 6311
119 2013 신년 하례회 공연 작품 가사. file [1] 도봉산 2012-12-21 5332
118 부용산-박기동시.안성현곡-대우합창단 강철원 2011-05-20 4802
117 남자의 자격-넬라판타지아 강철원 2011-05-12 4391
116 비룡합창단 카페 활성을 보고 드립니다. file [2] Rainmaker 2011-06-16 4366
115 추억(조병화시,김성태 작곡) 강철원 2011-05-09 4019
114 한국남성합창단이 부르는 한국의 민요 강철원 2011-05-12 3924
113 최영철 감독(고 18회) 대위법 출간 file [2] 수암(이재석) 2013-01-02 3854
112 "비룡합창단" 다음카페 개설 공지 file Rainmaker 2011-09-05 3593
111 회장님께서만 출석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유리비 2011-05-26 3577
110 아베마리아-폴리포니 합창단 강철원 2011-05-12 3423
109 방학 끝나고 첫 모임날 file [1] 수암 2011-08-23 3337
108 동문송년음악회 영상자료건 file 편집이사 2012-01-02 3091
107 지난 4월 30일 69주년 잠룡페스티벌 관련 사진 회람 file Rainmaker 2011-11-18 3078
106 개교 70주년 기념 제 38차 목중고인의 밤 비룡합창단 합창공연 일정 중 스냅 file [1] Rainmaker 2012-04-23 2833
105 개교70주년 행사 비룡 합창단의 이모 저모 file 수암(이재석) 2012-04-23 2557
104 아이니 소속사 매니져에게 수령한 사진자료를 올립니다. file Rainmaker 2012-05-05 2551
103 비룡합창단 행사 사진 file [1] 이수찬 2012-06-20 2267
102 분당선 주변분들을 위한 4월말(29일자) 무료공연안내 푸르게(이무) 2013-04-24 2245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서소문로27(충정로3가, 충정리시온)202호 | 전화번호: 02-365-0516 | 팩스번호: 02-365-0140
개인정보보호책임자: 총무이사 설정원 | 이메일 주소 무단수집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