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출] 상상력도 발명대상

조회 수 1760 추천 수 0 2009.03.25 12:21:47

법률이야기

"상상력도 발명특허 대상" (잡지사에서 붙인 제목)    

   발명특허의 대상은 어디까지일까, 거의 끝이 없다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할 것 같다. 특허대상이 아닌 발명을 드는 것이 더 쉽기 때문이다. 현재 특허 받을 수 없는 발명은 의료행위나 수학 공식 자체, 영구기관과 같이 실현 불가능한 것 정도이다.

  의사의 치료방법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특허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수학공식 자체는 지식에 불과할 뿐 산업분야에 응용된 것이 아니라는 이유 등이지만 이런 지식을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면 오히려 산업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사의 치료방법이나 수학공식도 그 자체로서는 특허 받을 수 없지만 관련된 물건 등에 이용되면 특허대상이 된다. 의료기기라든가 컴퓨터프로그램 등에 응용되면 다른 구성요소와 유기체(발명)가 되어 특허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특허대상이 되는 발명과 그렇지 않은 발명은 이론상으로는 구별되지만 실무상 특허 받을 수 있는 발명의 한계는 모호하다.

  컴퓨터프로그램을 예로 들어보자. 컴퓨터프로그램은 컴퓨터에게 어떤 일을 시키기 위해 컴퓨터가 알아듣는 언어로 작성된 문서다. 특정 언어로 작성된 표현물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것은 저작물에 해당하므로 저작권법의 특별법인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으로 보호된다. 

  그러나 CD등과 같은 매체에 기록된 프로그램을 물리적인 측면에서 보면 컴퓨터하드웨어를 작동시키는 전기적 신호가 일정한 순서(알고리즘)에 따라 유기적으로 배열된 컴퓨터작동용 부품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컴퓨터프로그램은 관련된 컴퓨터 하드웨어의 구조와 작동순서가 기능적으로 한정되어 표현되어야 발명이 된다. 영업방법발명 이른바 BM특허 역시 마찬가지이다. 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로써 특허서류를 작성하지 않으면 특허 받을 수 없게 된다. 

  만화책도 발명특허의 대상이다. 텐 밀리언셀러로 보도된 ‘마법천자문’은 특허제품이다. “어어, 그 만화책, 저작물이긴 하겠지만 무슨 특허까지”하고 의아해 하겠지만, 한자와 한자의 뜻과 소리 그리고 관련된 이미지를 일정한 규칙에 따라 지면을 구성해 학습효과를 높이는 기술로 표현하여 특허를 받았다. 현재 분쟁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1심격인 특허심판원에서는 일단 특허로 인정했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무슨 법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람’하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현실이 그렇다. 특허는 ‘자유경쟁’을 원리로 하는 시장주의 경제에서 예외적인 ‘독점’특권이므로 특허 조건으로 자신이 개발한 기술내용과 특허로 청구하는 권리(발명)범위를 명확하게 공개해야 경쟁자에게 침해금지 의무를 부여할 수 있기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기술선진국들도 특허절차를 발명자에게 쉽고 친하게 만들려는 노력(User friendly policy)을 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허서류가 독점을 허용하는 법률문서이고 후발 개발자들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서류작성이나 절차가 태생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지금도 상당수의 발명가들이 전문가의 도움 없이 직접 특허절차를 밟고 있고 특허 받은 발명도 적지 않다. 그런데 정작 분쟁에서는 특허서류의 흠 때문에 상대방의 역공을 받아 모처럼 받은 특허가 무너지거나 청구범위를 잘못 설계하여 상대방이 침해로부터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허탈해 하는 특허권자를 볼 때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인간이 태양 아래에서 만든 것은 모두 특허대상이다”는 유명한 말도 있지만, 이쯤 되면 “모든 특허는 서류를 어떻게 작성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이해하는 편이 더 적절할지 모르겠다. (매경이코노미 3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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