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심사의 비밀

조회 수 1926 추천 수 0 2009.04.24 18:23:14

  본래 특허란 특허청이 엄격한 심사를 거쳐 등록해준 것이다. 그런데 잘못 등록된 특허들이 적지 않다.

  특허청 통계를 보면 2007년 한해 12만3천7백여 건이 특허로 등록된 반면, 특허심판원은 6백31건의 특허무효사건 중 3백59건을 무효라고 판정하였다. 57%에 가깝다. 실용신안이나 상표, 디자인등록 무효율도 약간 낮을 뿐 45%를 넘으니 특허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일단 분쟁이 발생하여 무효를 다툰 사건만 보자면 절반은 잘못 내 준 특허라는 말이 된다.

   이들 무효라고 판정한 사건 가운데 반 정도가 특허법원에 올라갔고 5건 중 1건 정도가 뒤집혔다. 특허법원의 판결은 일부가 다시 대법원으로 올라가고 10건 중 1건 꼴로 뒤집히니까, 정확한 수치는 사건마다 따라가 조사를 해보지 않는 한 확인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등록된 특허가 무효되는 일이 우리나라에서만 생기는 현상은 아니다. 선진국인 미국, 일본, 유럽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왜, 특허가 잘못 나올까.

  첫 번째 오류는 인위적인 제도의 속성에서 온다.

  특허법이 아무리 정교한 장치로 특허를 내준다 하더라도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운영하는 이상 오류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장치를 보자. 특허법은 특허기준(특허요건)을 정해놓고 심사를 거쳐 특허증을 발급하지만 특허를 잘못 내주었다면 ‘언제든지’ 처음부터 내주지 않은 상태로 되돌릴 수 있도록 무효심판 제도를 두고 있다.

 ‘언제든지’라는 말은 특허기간이 끝났더라도 무효신청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특허가 무효라면 특허 때문에 손해배상을 해준 사람은 돈을 돌려받고 침해죄로 처벌 받은 이들은 전과를 말소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오류 특허는 특허법 스스로 이미 예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특허를 받으려면 발명이 우선 새로운 것이라야 한다(‘신규성’심사).‘새롭다’ 하려면 무엇을 기준으로 ‘새롭다’ 할 것인가.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까. 쉽지 않은 일이다.

  특허법은 이 기준을 <특허출원 전에 국내외에서 알려졌거나 실시된 발명 또는 반포된 간행물 또는 특정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발명>과 동일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으로 규정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심사관에게 국제적으로 공개된 특허자료와 특히 지정한 문헌만 필수적으로 찾아보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국내외에서 알려진 발명과 실시된 발명 그리고 인터넷자료는 어떻게 할까.

   이것들은 동종업자들이 심사관에게 심사정보로서 제공하거나, 특허 후 무효심판을 청구해야 한다.이런 자료까지 심사관이 찾아다닐 수는 없다.불가능하다.

   두번째 오류는 사람한테서 온다.

  특허를 내주려면 ‘신규성’ 심사를 한 다음, 출원전 공지된 발명으로부터 쉽게 할 수 없는 발명인지 ‘진보성’ 심사를 하게 된다.

  우선 사람이 하는 일이니 공개된 특허자료를 빠뜨릴 수 있다. 다음에는 심사관이 심사자료를 제대로 찾았더라도 그것이 서로 동일한 것인지, 쉽게 할 수 있는 발명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그 판단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진보성 판단 기준은 사람의 창작능력을 평가하는 것이어서 더욱 애매하다. 이 때문에 각국의 특허청과 법원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허권자와 특허 때문에 그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쟁업자는 서로 기준을 달리보게 마련이다.대부분의 무효사유가 진보성으로 몰리는 까닭도 여기 있다.

   나라마다 기준이 달라서 일본에서는 안 된 특허가 미국에서는 등록된다. 특허정책에 따라 특허기준에 차이가 있는 것이다. 미국은 30년 가까이 특허를 헐렁하게 내주었다가 요즘에는 다시 빡빡하게 심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특허심사는 무효심판을 거친 뒤에야 끝나는 미완의 행정이란 말인가”라고 항의해도 필자는 자신있게 ‘아니다’ 라고는 못하겠다.<매경이코노미 4월6일자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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