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체력’ 윤건 소백산에 눕다~

조회 수 3415 추천 수 0 2011.05.31 22:29:38

 

누군가 취미를 쓰라고 하면 ‘등산’이라고 합니다.

(여성들이 많은 곳에 가면 얍삽하게 ‘영화감상’이라고 적기도 합니다만...)

계곡의 차가운 물, 바람에 먼저 눕는 들풀, 산새소리, 이름 모를 꽃, 푸른 잎...

산은 저를 편안하게 안아주는 엄마의 품안입니다.

 

바람난 수캐처럼 스트레스 없이 자란 저는 험한 산길도 곧잘 오릅니다.

등산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회사 등산대회에서 단체 1등을 한 적도 있습니다.

힘든 분들의 배낭을 대신 메기도 하고, 낙오한 분을 부축하는 것도 내 몫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산에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소백산 비로봉 1,439m

 

78.jpg

 

전임 김상운(22회) 사무총장이 동호회에 자주 참여해야한다고 하면서 정순배(14회) 비룡산악회장을 소개해 주셨고,

또 산악회 총무 서기완(30회)의 끈질긴 문자가 나를 울려서 ‘현재 인원 34명’일 때, “에이, 가자!” 부부 쌍으로 참석하겠다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리고는 얼른 28일에 있었던 두 개의 약속을 미뤘습니다.

 

고향집에 계시는 어머니의 어깨도 한 3분쯤 주무르다 보면 땀이 나고,

5분쯤 지나면 어깨가 아파서 하기 싫어지는데, 이분들은 한 시간여 동안 제 손과 발을 주물러 주셨습니다.

장명균(21회) 대장, 황근수(29회) 대장, 이종갑(22회) 형님, 형수님...

특히 형수님은 침을 놓을 줄 알아서 손가락과 발가락을 따 주셨습니다.

어찌 이 고마움을 잊을 수 있을까요?

 

급체에 양 다리에 쥐가 내림

걷는 것은 물론 호흡도 어려웠습니다.

 

아이고... 처음 당하는 일이라 창피하고 당황스러웠습니다.

가지고 간 아스피린과 소화제 생각도 안 났습니다.

얼마나 이를 물고 참았는지 집에 와서 보니 어금니 한 개가 깨졌습니다.

곁에 있던 아내는 입안이 다 터져있었습니다. (과부되는 줄 알았다나...)

 

체력의 70%만 사용하라던 엄홍길 산악인의 말이 떠오릅니다.

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 라죠? 체력에 맞춰 겸손하게 올라야겠습니다.

 

밤과 낮으로 노숙인들을 만나서 자립을 돕는 게 제가 하는 일입니다.

늘 잠이 부족합니다. 그날따라 2~30분 정도 자는 낮잠도 못자고 거리사고가 있어서 새벽 5시가 다 되어

1시간 정도 사무실 소파에서 잤습니다. 피곤했지만 소백산 정도는 갈 수 있다고 판단했는데...

그만 누적된 피로를 생각 못했습니다.

 

마침 정상에 있던 119구급대원들의 전문적인 처치와 소화제를 먹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1시간 넘게 지체된 데다가 6km가 넘는 하산길을 천천히 가다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차를 몰고 주차장 입구까지 올라와서 기다린 윤익상 총대장과 ‘저질체력’ 사무총장을 격려해 준 여러 동문들께 감사드립니다.

또 119구급대원들의 노고도 잊을 수 없습니다.

 

“나는 공부하고 준비 할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작은 일에도 준비하겠습니다. 준비는 다름 아닌 '겸손'입니다.

 

26.jpg


profile

유산자

2011.06.01 00:19:08

?ㅎㅎ 글게...

 

나도..

소백산에서 건이동생 발을 한시간여나 주무르리라고꿈에도 몰랐지~ㅇ

 

이제사 하는 말이지만...

실은 나도 많이 불안했어.

 

어쨌거나 그만하길 다행이야.

 

걱정에...

일욜날 전화해볼까 하다, 운기조식 중일거란 생각에 월욜날로 미뤘는데,

먼저 문짜보내줘 방갑고, 고마웠어.

 

글고...

이쁜 제수씨에게 전해줘~♪

저질?체력 동상! 델꼬 살아준건 고마운디,

체력관리 좀 잘~시켜 뗄꼬 살란다고~~ㅋㅋ^^*

profile

김 한 수

2011.06.01 14:05:25

윤총장!

잠시 당신의 심신을 숨고르기 하라는 뜻이라 생각하네.

수고.고생했네 그려.

그날 나는 대학동문들 60여명과 문경새재 8여 km를 쉬엄 쉬엄 넘었다가 올라 왔네.

profile

임삼용

2011.06.03 15:44:02

떽끼순!!! 소백산까지 가서 25회 명예를 훼손시키다니 ㅋㅋㅋㅋ

하체가 부실하구만...열심히 체력 단련하시게.....

덕유산은 아주 잘 올라 가드만 ㅋㅋㅋ(참고로 1400미터까지는 곤도라 타고 갔슴)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홈페이지에 사진 및 관련 파일 올리는 순서 [2] 총무이사 2015-06-29 2009
685 고30회(졸업30주년 기념)동창회 지원으로 동문회관에 에어컨 설치 file [1] 행정이사 2011-07-04 2956
684 강성종(고6)회장의 기쁜 가족 소식을 전합니다 file 행정이사 2011-07-03 3031
683 조준기(고13) 동문 2011 미스터코리아 마스터즈 출전 file 대호 2011-06-30 4013
682 지리산 둘레길 그리고 구룡봉, 덕운봉과 구룡계곡의 진수를- 펑키 2011-06-26 3709
681 숨겨진 비경 황금산의 코끼리바위 펑키 2011-06-21 3828
680 임병선(고1)동문 모교 역사관 관련 자료 제출 내용 file [1] 행정이사 2011-06-17 3722
679 복 터진날, 천하절경의 설악이 내품에- / 설악산 대청봉(1,708m) 펑키 2011-06-12 3792
678 비룡 13회 표지 최종안 file 편집이사 2011-06-10 2600
677 김천갑(고26) - 스스로 알아서 공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원고) file [1] 김천갑(26회) 2011-06-08 2794
676 이계홍(고14)-한국 언론 문제와 대책 file [1] 이계홍 2011-06-08 2731
675 김한수(고25)-그리움이 함께 했던 新安(지도,임자.증도)섬 여행 file [1] 김 한 수 2011-06-07 3673
674 김남식(고21)자문위원 딸 결혼 안내 file 행정이사 2011-06-03 3301
673 수덕사를 품고있는 호서의금강산 /예산 덕숭산(495m) 펑키 2011-06-08 3094
672 박주진(목중17,고15회)동문의 차남 결혼식 안내 수암 2011-06-01 3008
671 한국의산하 가족모임 / 북한산 숨은벽 능선 펑키 2011-05-31 3334
» ‘저질체력’ 윤건 소백산에 눕다~ file [3] 윤건 2011-05-31 3415
669 고기집마당 식당소개 file [1] 임삼용 2011-05-28 3711
668 재경 목포중고 총동문회 모바일 홈페이지를 오픈 합니다 file Webmaster 2011-05-24 3357
667 브라보컴 공연기획사 대표 김영인(고25) 공연 안내 file 행정이사 2011-05-24 3516
666 모바일에서 사진 업로드를 테스트 합니다 file Webmaster 2011-05-24 2832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서소문로27(충정로3가, 충정리시온)202호 | 전화번호: 02-365-0516 | 팩스번호: 02-365-0140
개인정보보호책임자: 총무이사 설정원 | 이메일 주소 무단수집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