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등록 대상에는 옷감 무늬나 자동차와 같이 매력적인 것도 있지만 기계와 같은 생산재도 포함된다. 실제 특허청에 등록된 디자인을 보면 매력과 그다지 상관없어 보이는 건축설비 용품이나 토목건축 용품, 산업용 기계의 부품이나, 자동차 부품과 같은 것도 적지 않다. 심사 편의를 위해 마련한 디자인 대상 물품 분류를 보면 13개의 대분류, 464개의 중분류와 3466개의 소분류로 나뉘어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물품을 망라하고 있다. 여기에 이들 물품의 전체 디자인은 물론 물품의 일부분이나 부품까지 더하면 디자인으로 등록되는 범위는 끝이 없다 해도 무방할 것 같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물품의 기능 확보에 불가결한 형상만으로 된 디자인’이 그중 하나다. 이를테면 전기 플러그의 접속부는 콘센트의 접속홈과 형상은 물론 크기까지 맞춰야 기능이 확보되는데, 이 같은 물품은 디자인등록이 되지 않는다.

이런 디자인이 보호되지 않는 이유는 우선 이미 물품의 형상이 결정돼 디자이너가 창작할 여지가 없는 필연적인 디자인이기 때문이고, 둘째는 물품의 호환성 확보를 통해 표준화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더 간과할 수 없는 이유는 자동차회사와 같은 대자본이 수리용 부품시장을 장악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다. 만약 이런 부품 디자인까지 등록되면 자동차회사로부터 허락받은 업체 외에 다른 업체들은 KS규격을 받고도 사실상 시장에 참여할 수 없게 돼 부품회사들은 대기업의 통제 아래 놓이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른바 ‘순정부품’만 구매해야 하므로 가격이 다른 부품을 선택해 교환할 수 있는 부품교환권을 박탈당하게 된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앞 유리 디자인이 ‘물품의 기능만을 확보하기 위한 디자인’인지가 문제됐다. 대법원은 “해당 차종의 프레임 치수, 형상, 휘어짐, 두께, 높이, 넓이, 끝단의 형상 등 다른 물리적 특성까지도 그대로 복제되지 않으면 접속이 불가능하거나 접속이 가능하더라도 불량하게 돼 안전을 위협하는 등 그 본래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가장 중요한 디자인 요소가 자동차 앞 유리의 창틀로 결정되므로, 물품의 기능을 확보하는 데 불가결한 형상만으로 된 디자인”이라며 등록을 무효로 한 특허법원의 판결을 지지했다.

이런 논리는 수십 년 전 영국의 최고법원인 귀족원(House of Lords)이 어떤 자동차회사가 자동차 배기파이프 제조업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조문이 없는데도 해석으로 이른바 ‘Must-fit’ 디자인의 보호를 제한한 판결에서 나왔다. 이후 1988년 영국은 법조문에 이 규정을 신설하고, 이어 유럽공동체도 이 규정을 받아들인다.

영국과 유럽공동체 규정은 ‘Must-fit’ 디자인은 물론 ‘Must-match’ 디자인도 보호를 제한한다. 앞의 자동차 배기파이프를 예로 들면 ‘Must-fit’ 디자인은 배기파이프의 접속부만 보호를 제한하는 것이다. ‘Must-match’ 디자인이란 접속부뿐 아니라 제품 전체의 모양을 이상하게 하지 않도록 배기장치 그 자체의 디자인을 복제하도록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앞서 본 ‘Must-fit’에 해당하는 규정만 2001년에 들여왔다. 디자이너의 창작 의도와 디자인의 전체적인 어울림까지 배려하는 이들 나라의 섬세함이 놀랍고도 놀랍다.

[전광출 해오름국제특허법률사무소 파트너·변리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24호(09.09.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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